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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2 프리뷰 공연 (자첫)

죠세프 마슈칸 - 이호성 / 스티븐 호프만 - 이현욱


160924 본공연 밤공 (자둘)

죠세프 마슈칸 - 이호성 / 스티븐 호프만 - 이현욱


프리뷰공연을 본건 올송이 처음이었고, 그리고 그 페어의 바로 다음 공연을 본것도 처음. 우선 두 배우에게 아끼지 않는 참사를 보내주고 싶다. 사이에 하루의 시간밖에 없었는데도 극에서 무한한 발전을 보여주었다. 현욱 배우의 추가된 애드립도, 대사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극이 많이 따듯해졌다. 대단한 사람.

힐링극이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고 보는 내내 힘들었다. 상처를 보여줄 때 너무 많이 아파서.

굉장히 좋은 극이에요. 꼭 보러가세요.




암전이 걷히면 마슈칸이 허공을 슬픈 표정으로 응시하고있다. 피아노를 치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손가락을 혼내며 다시 피아노를 친다. 시인의사랑을. 문이 열리고 스티븐이 들어온다. 

"슈만. 작품번호 48번. 시인의사랑. C#마이너로 연주하셨네요, 원곡은 F#마이너죠." 두 인물의 만남,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 연주하고있는데 인기척 없이 들어온 학생에게 마슈칸은 화를 내지만, 그의 이름, 스티븐 호프만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사과한다. "꽤 낡은 스튜디오를 배정받으셨네요." 스튜디오를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스티븐은 장식을 허튼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슈칸은 좋아한다. 마슈칸은 스티븐을 위한 커피를 가지러 가고 스티븐은 피아노에 다가간다. 손으로 쓸어보니 꽤 쓰지 않았는지 먼지가 있고, 뚜껑을 열자 먼지가 폴폴 인다. 스티븐이 피아노를 치고, 탕비실에서 마슈칸이 커피를 들고 나오다가 멈칫한다. 스티븐이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안드는지 이내 자신의 뺨을 때린다. "또 누구를 뒤집어 쓴거야." 그런 스티븐의 모습에 놀란 마슈칸이 다시 탕비실에 들어가고, 이내 바로 "커피!" 하면서 나온다. 서로 대화를 하던중, 스티븐은 자신과 수업하기로 한 '쉴러'교수가 아님에 놀라며 화를낸다. 하지만 스티븐은 마슈칸과 수업을 하게되었다. 수업내내 삐딱하게 구는 스티븐을 마슈칸은 웃으며 "그래 자네가 그렇게 나와야 나도 재미있지" 한다. 그런 말에 스티븐은 다시 한번 환장하는것이다. 그렇게 둘의 수업이 시작되며, 그들의 이야기가 쓰여진다.





1막에서, 마슈칸이 스티븐에게,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를 나는 알아."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 스티븐은 천재 피아니스트였고, 4살때 재능을 발견해 세상을 놀라게 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주에서 어떠한것도 느끼지 못했던 인물이고, 그런 상황에 지치고 힘들어버린 인물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 또 평생을 해나가야 할 일에서 좌절과 허망함, 갑갑함을 느껴버린 인물. 그래서 나는 그가 이곳에 온 이유를 듣자마자 그를 응원했다. 내가 생각나서, 나도 겪은 일이고 겪고있는 일이라서. 많이 울컥했고, 그가 이겨내주길 바랬다.


오페라를 보고 온 스티븐은 처음으로 무장해제된 모습을 마슈칸에게 보이는것같다. 모자를 쓰고 들어온 스티븐은 스튜디오에 아무도 없는줄알고 그 오페라의 노래를 부르며, 페스츄리 상자를 집어든다. 하지만 마슈칸의 인기척에 놀란 스티븐은 페스츄리 상자를 다시 원래 자리에 갖다두고 머쓱한듯 마슈칸에게 인사한다. "오늘만큼은 절 괴롭히셔도 소용 없어요. 오늘 기분이 아주 좋거든요." 굉장히 뿌듯한, 아이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스티븐. 그리고 그에게 오페라봤구나! 라면서 커피를 내오는 마슈칸. 이때 그들의 관계는 굉장히 친밀하고 따듯하며 감사하다.

스티븐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 한번도 무언가를 느껴본적은 없어요."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평생 해오던 일에서 아무것도 느낀적이 없는 사람. 자신의 모자가 아닌 늘 다른사람의 모자를 쓰고 연주하는. 다른사람의 모자를 쓰는것은 쉬웠지만, 그는 그의 모자를 써본적이 없다. 얼마나 공허하고 허탈할까. 다른 사람의 모자를 쓰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스트, 모차르트 등. 다른 사람들을 연주할 때 마다 벽에 비치는 스티븐의 그림자가 그에 어울리게 바뀌어서 놀랐다. 그림자, 최고다.


둘의 관계는 완화되었다가 악화되었다가의 반복이다. 처음 스티븐은 자신을 신학도로 소개했지만, 사실은 유태인이었고, 마슈칸은 계속해서 반유태적인 말을 뱉는다. 그런 모습에 결국 스티븐은 폭발한다. 하지만 마슈칸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마슈칸은 유태인이었고, 수용소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43,44,45. 그 암흑과 같은 시간에서 마슈칸은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는 그 상처를 닫고 웃음으로 포장한 인물이었다. 남이 찌르는것보다 내가 스스로 찌르는게 덜 아프니까. 그가 스스로 반유태적인 말을 내뱉는 이유였다. 아, 쓰라리다. 1막에서는 스티븐의 사연때문에 스티븐에 이입했다면, 2막에서는 마슈칸의 이런 면 때문에 마슈칸에 이입되었다. 내가 나의 상처를 포장하는 방식과 닮아서.


수용소에 다녀온 스티븐은 마슈칸에게 화를낸다. 수용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슈칸은 굳어서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다. 스티븐은 가서 보고 겪은것들을 얘기한다. 사라라는 여자와 함께 본것들. "당신들은 진실을 생매장시켰어!!" 슬픔으로인해 분노하는 스티븐은, 수업을 때려치고 나가려 하지만, 마슈칸은 자네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한다. 그리고는 팔을 조금씩 걷는다. 뒤돌아있던 스티븐이 악보를 내던지며 화를내고 돌아보는 그 때, 마슈칸의 팔에 적힌 43445 라는 숫자를 확인한다. 마슈칸은 그 숫자를 그저 연도라고 칭하지만, 아마도 그 숫자는 수용소에 있을때 세겨진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죄수번호처럼. 그리고 마슈칸은 자신의 동화를 아주 짧게 들려준다.

스티븐은 겪지 못한 사람이고, 마슈칸은 직접 겪은 사람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겪은 사람은 상처를 묻고 포장하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쉽게 분노만 한것이 아닐까.


이제 둘은 많이 친밀해졌고, 기분좋게 수업을 한다. 스티븐은 수업하면서 교수님의 동화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그런 그에세 마슈칸은, 너무 많이해서 낡아버린 그 이야기? 식상해져버린 그 이야기? 라며 언급을 피한다. 아 하지만 저 대사에서도 많이 찔렸다, 나는. 우리도 이 땅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언급을 했나, 그러다가 그것을 이야기 하는것에 대해서 조금씩 가벼워져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그 일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얘기할 때 만이라도 조금은 가볍게 얘기하는것이 아닐까, 직접 겪은 분들은 평생 무겁게 살아갈텐데. 

마슈칸은 마지막 수업을 하며 자신의 동화를 이야기한다. 하나씩 하나씩 힘들게 꺼내는 마슈칸에게, 스티븐은 '선생님, 힘들면 말씀 안하셔도 돼요' 라고 하지만 '들어!'라며 마슈칸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토록 슬픈 이야기를 이 극에서 '동화'라고 표현 한 이유는 뭘까? 나중에 배우님들께 여쭤봐야겠다.


프리뷰 공연때 없던 디테일로는, 스티븐과 마슈칸이 즐거운수업을 하며 암막이 될 때, 현티븐이 악보를 가리키며 "다른페이지를 보시면 어떡해요" 라고 하는데, 그 대사 하나로도 극이 너무나 따수워버리는것이다. 연기천잴까. 극에 많은 애정을 갖고 많이 연구한게 보여서 이현욱 배우님 더 좋아져버림(주책)